19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 전용 167㎡ 고급 빌라는 지난 3월 48억 2000만 원에 거래되며 1년 만에 8억 2000만 원이 급등했다. 현재 동일 평형 매물 시세는 52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현상은 한남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달에는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레지던스 전용 154㎡가 56억 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앞서 2월에는 같은 단지 내 전용 200㎡가 84억 6000만 원에 손바뀜했다. 이들 주택은 모두 토지거래허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투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한남동에서 10년째 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있는 A 씨는 "토허제 이후 한남동 고급 빌라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규제에서 자유로운 데다 희소성까지 갖춰 자산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삼성' 전용 269㎡ 펜트하우스가 경매에서 130억 4352만 원에 낙찰되며 공동주택 경매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매물은 감정가 144억 원으로 경매에 나왔으나 한 차례 유찰된 후 최저 입찰가 115억 2000만 원에서 두 번째 경매가 진행돼 130억 4352만 원에 주인을 찾았다. 이는 기존 최고가였던 한남동 '나인원 한남' 전용 244㎡의 113억 7000만 원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아파트는 토허제 적용을 받지 않아 실거주 의무가 없고, 자금 출처 소명도 요구되지 않는다. 이 같은 규제 회피 효과가 투자자들의 유입을 자극하고 있으며, 실제로 서울의 아파트 낙찰가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44.3%로 전월 41.9%보다 2.4%포인트 상승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토허제 시행 이후 규제에서 벗어난 경매 시장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고가 낙찰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실거주 의무가 없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