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전 10시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인천지방법원 2층 13계에서 열린 경매 법정은 입찰을 준비하는 예비 응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층부터 40~60대 중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입찰 봉투를 들고 모여 있었다. 이날 예정된 부동산 경매 물건을 분석하고 입찰 가격을 적어 넣는 데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오전 11시 20분 모든 입찰을 마감한 뒤 낙찰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이 되자 법정 내부는 빈 좌석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꽉 찼다. 법정 문 밖에도 결과를 듣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이 줄을 지어 있었다.
최근 3년간 전세 사고가 집중됐던 인천 지역 경매 시장에는 채권자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항력을 포기한 아파트, 빌라 매물이 줄줄이 나왔다. HUG가 ‘임차보증금에 대한 대항력을 포기하고, 전액 변제를 못 받더라도 임차권 등기를 말소하겠다는 확약서’를 제공하겠다는 ‘인수조건 변경’ 물건 경매가 이어졌다.
HUG는 임대인 대신 임차보증금을 갚아주고 채권회수를 위해 경매를 신청한다. 대항력은 집주인이 바뀌어도 임차권을 주장하며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HUG가 임차보증금을 대신 갚아준 집은 대항력을 보유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집은 경매에서 선호되지 않아 유찰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HUG는 대항력을 포기하겠다고 법원에 신청하는 것이다. 대항력을 포기한 집이 낙찰되면 HUG는 대신 갚아준 임차보증금 중 일부라도 회수할 가능성이 생기는 셈이다.
HUG는 이런 식으로 대항력을 포기하고 집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직접 낙찰을 받아 소유권을 인수하기도 한다. HUG가 ‘셀프 낙찰’을 받는 이유는 낙찰받은 집을 전세로 공급하는 ‘든든전세주택’ 사업에 이용하기 위해서다. 임대주택으로 공급한 후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면 HUG가 대위변제한 비용을 웃도는 가격에 매각할 수도 있다.